하루에도 몇 개씩 오는 FX거래, FBM거래니 하는 메세지, 많으면 근무시간에만 5개 이상 회신된다. 내용 보면 별 것도 없이 본인들 홈페이지 이용해서 거래해달라는 내용이 대부분. 10만원을 충전하면 5만원을 더 준다는 내용부터, 어떤 사이트는 100만원 이상 거래 시, 치킨 쿠폰을 선물해준다고도 한다. 정말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나오지만,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이렇게 목숨걸고 홍보하는지 호기심에 나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관련 업계에 몸 담고 생업을 책임지고 계신 분들도 많기 때문에 최대한 감정적인 단어는 제외하고 나름 객관적인 생각 위주로 작성했다. 불편한 부분은 댓글 남겨주시면 확인 후 수정하도록 하겠다. 시스템의 한계를 문제 삼은거지, 개인적인 원한이나 악감정은 전혀 없다.
요즘 SNS 광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FX니 FBM이니 하면서 등장하는 이상한 페이지. 개인적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모두 사용하는데 항상 광고하고 있더라. 돈이 많은가? 물론 유튜브 광고에서도 지겨울 정도로 엄청 홍보한다.
그러니까 FX마진거래를 처음으로 접한건 2-30대가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이었다. (FX나 FBM이나 매매상품만 다를 뿐 실상 시스템은 거의 동일함) 평소대로 피드를 내리던 와중에 'FX마진거래'와 관련된 스폰서 광고가 계속 보이길래 그냥 광고인가보다.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단순 회원가입만 해도 1분안에 2만원을 준다고 하더라. 자본주의의 노예답게 회원가입을 했다.
이미지에 나와있는 오픈카톡 주소로 정말 2만원을 지급해주냐고 물었더니, 지급해준다고 한다. 가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2만원이 입금되었다. 이제 2만원을 출금해서 밥이라도 사먹으면 되는걸까? 실제 제 계좌에 2만원이 입금된 것은 아니지만, 별 노력도 하지 않고 회원가입하자마자 2만원이라니, 기분이 좋긴 좋았다. 사이버머니 같은 느낌이릴까..
그냥 빼긴 업체에 조금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어서, 2만원으로 한 번 거래를 하기로 했다. 따면 좋고 잃어도 어차피 내 돈 아니니 홀가분하게 잊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FX거래 카테고리로 진입했다.
증권 HTS/MTS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화면이다. 분석 툴 기능과 주기 기능도 있다. 그냥 HTML5(web) 기반의 트레이딩 화면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지표 추가 화면도 있던데 나는 굳이 지표추가까진 하지 않았다.
FX거래는 생각보다 간단한데, 환율이 오르면 매수 / 환율이 내리면 매도를 하면 된다. 오르거나, 내리거나 선택지가 2개이기 때문에 정답을 맞추면 해당하는 금액에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틀리게 되면 투자한 금액은 단, 1원도 돌려 받을 수 없다.
확실히 첫인상은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보다는 홀/짝같은 일종의 확률성 게임처럼 보여졌다. 단 도박과 다른 점이라면 과거의 매수/매도 이력과 최고가/최저가 등 기술적 분석이 가능한 점이 차이점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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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FX거래의 정의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실 FX마진거래는 사실 증권사에서 이미 거래되고 있는 투자방법 중 하나다. 두 나라간의 환율(기준통화-상대통화) 추이를 예측하고 거래함으로써 일종의 마진(margin)을 남기는 것. 오직 한 나라의 통화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환차익' 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실제 하나금융투자의 FX마진차트와 거의 동일했다. 하긴 내가 들어가본 사이트는 하나금융투자의 API를 이용한다고 했다.(왼쪽이 하나금융투자) 이번 회원가입한 FX사이트의 경우 GBP/AUD의 차트를 사용했는데 이는 GBP(영국)과 AUD(호주)의 환율 거래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영국 1파운드를 매수하기 위한 호주 달러의 금액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분봉차트는 특성상 상승/하락 추세가 연이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이 게임에 베팅해보기로 했다. 1분/2분/5분으로 나누어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데, GBP/AUD 2분 투자방식을 매매하기로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2분봉 차트와 동일)
이전 봉에서 저점을 찍은 상태였고 상승추세에 있었기 때문에 매수를 선택했다. 제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수/매도 결과가 맞는다면 꽤 큰 금액이었기 때문에 나름 좀 떨리기도 하더라. 긴 장대양봉이 생겼고 결과적으로 2분 뒤 결과내역이 [실현]으로 변경되면서 불려진 투자금액이 입금되었다.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매수/매도 밖에 없었던 만큼 양자택일방식이라 생각했고, 당연히 확률도 50%니까 받는 금액도 2배가 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40,000원이 아니라 37,600원을 돌려받았다. 수수료로 무려 2,400원이 공제된건데, 이는 투자금의 12%에 해당하는 금액.
국내 증권거래세의 경우 0.33%, 해외주식 매매의 경우에도 1%를 넘어가는 경우가 드문데, 이 사이트의 FX마진거래는 수수료가 무려 12%다. 게다가 1분봉의 경우 13%니까 수수료가 아주 높은 편이다.
알아보니 수익(공제금액) 중 일부는 회원가입할 때 작성하였던 추천지점의 수익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즉, 발생하는 수익들은 계속해서 추천지점의 수익이 되기도 하는 것. 이게 이토록 수많은 FX, FBM사이트에서 연일 광고를 하며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익에 대해서는 추천지점에서 일정 수준의 커미션을 꼬박꼬박 공제해가지만, 반면 손실에 대한 전혀 책임은 없다고 한다.
본사 밑에 수많은 지사와 대리점, 그리고 그 밑에 수많은 개인 FX마진거래 참여자들, 이런 하향식 조직도는 어떻게 보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다단계 피라미드 판매방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아쉬운대로 37,600원이라도 출금을 하기로 했다. 수수료 돌려달라고 한다고 돌려줄 것 같지도 않았고 어차피 무료로 받은 2만원이었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아쉬울게 없었기 때문. 20분을 기다려도 제 계좌로 입금이 되지 않던데 이때부터 뭔가 느낌이 싸했다.
갑자기 처음 상담 신청했던 카카오톡 메세지로, 대뜸 5번 이상 이용해야 출금이 가능하다고 메세지가 도착했다. 애초에 수수료 12% 공제할 때부터 뭔가 느낌이 구리긴 했는데 결국 출금조차 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던 시스템이었던 것.
이쯤되면 처음에 봤던 2만원 지원받은 금액으로 치킨 사먹기? 바로 출금! 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던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역시는 역시라는 생각도 들고....
이후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한 번 계약을 시도했지만 [실격]처리 당하면서 가진 돈 대부분을 헌납해버렸다. (만원 미만은 출금조차 되지 않음) 헌납이라고 할 것도 없는게 받은 금액 불려서 그 불린 금액 그대로 뱉어내버렸으니 딱히 돈 같지도 않아 사실 별 느낌도 없었다. 약간 사이버머니 잃은 느낌..?
단, 5회 이상 출금 조건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금 기만당한 느낌은 있었다. 애초부터 알았으면 이런 헛짓거리 하지도 않았을텐데 하는 마음도 들고. 나라고 시간이 많은건 아닌데 말이다.
농락 당한 기분도 좋지 않고 사용하지도 않는 아이디 남겨둬봤자 뭐하나 싶어서 회원탈퇴를 신청했다. 일주일 내에 입금/출금 내역이 있을 경우 회원탈퇴가 자동으로 취소된다고 한다. 입금할 일 절대 없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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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https://www.yna.co.kr/view/AKR20200615129900017?input=1195m
방심위, 사설 FX마진거래 등 불법도박 사이트 45개 시정요구 | 연합뉴스
방심위, 사설 FX마진거래 등 불법도박 사이트 45개 시정요구, 채새롬기자, IT.과학뉴스 (송고시간 2020-06-15 16:09)
www.yna.co.kr
6월 15일 부로 사설 외환거래 소위 FX시티, FX거래는 방심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사실상 불법 도박 사이트라고 인정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되는데, 따라서 업체는 FX거래 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거나 홍보할 수 없다. 했다가는 바로 골로 가기 때문. 하지만 여기서 무릎 꿇을 (구) FX거래 업체들이 아니다.
그 편법을 이용해 현재 또 떠오르고 있는게 FBM시티, FBM거래인데 이는 중간에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을 이용해 매수,매도 포지션을 가져간다. 따라서 방법이나 방식 모두 똑같지만 결국 거래상품만 기존 외환→암호화폐로 변경된 것이다. 결국 이 FBM거래, FBM 트레이딩도 얼마가지 않아 방심위로부터 FX와 같은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2020년 6월 18일 기준 FBM업체를 현재 이용하는건 정확히 말해 불법은 아니다. 단, FX거래업체는 불법이 맞다. . 현재까지는 처벌받을 사유가 없기 때문. 증권시장을 통하지 않고 이런 통신판매업을 통한 거래 사례는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법률이 미흡한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머지 않아 올해 안에 관련 법령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 차단해도 FBM 거래하라고 스팸 메일 보낸 사람들 때문에라도 빨리 불법 정지 처분 받았으면 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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