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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사건이 하나 있었다. 우리의 솔루션을 이용하는 고객사 중 한 곳에서 프로그램이 종료되어버리는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하였고 회사에 수정을 요청하였다. 담당 개발자는 빠르게 수정하였고 퇴근 직전, 내게 QA가 할당되었다. 

 

테스트 중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연관되는 화면, 즉 연동에 대한 부분이다. 증권사 HTS의 경우 하나의 통합차트와 각 시장별 시장별 차트가 존재한다. 이 둘은 연동되는 화면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테스트하는데 특히나 조심해야한다.

워낙 치명적인 오류였던터라 테스트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미 그럴만한 여유따윈 없었고 역시나 야근이 발생했다. QA중 클라이언트에 영향을 주는 치명적인 오류를 하나 찾아냈고, 다음날 개발자에게 재수정을 요청하였다.


연동되는 화면에 대한 오류였다. 고객사가 요청한 A화면은 수정되었으나 연동기능이 있는 B화면의 대한 수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담당 개발자는 우선 고객이 요청한 것만 수정했고 B는 요청하지 않았으니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보여줬다. 나는 B화면에서도 오류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수정되어야할 것 같다고 재차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해당 모듈이 그대로 고객사에게 전달되었다.

 

역시나 고객사에서도 QA진행 중 B화면에 대한 오류를 발견했고, 우리쪽에 재차 B화면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면서 "요청한 화면 뿐 아니라 관련있는 화면도 다 같이 확인, 수정해줘야지. 일을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는 다소 험한 소리도 들었다. QA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으로써 이런 얘기를 들으면 그 날은 업무에 다시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괴롭다.

 

너무 억울했다. 나는 분명 해당 오류를 사전에 발견했고 이에 따라 수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수정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직접적인 피해는 내가 입었다. '을'로 살아간다는건 가끔 이렇게 치욕스럽기도 하다. 여기서 을은 여러가지 의미임.

 

- 고객사 대기업(갑) - 재직회사 중소기업(을)

- 개발자(갑) - QA(을)

- 상급자(갑) - 하급자(을)

후,,, 넋두리는 여기까지 하고..................


개발자는 constructer, QA는 disconstructer?

흔히들 개발자는 건설자, QA는 파괴자라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 개발자는 건설하고 QA는 그걸 해체한다고도 하는데, 업무하면서 느낀 바, 그 말이 완벽하게 맞는 것 같진 않다. 건설하고 그걸 파괴할 때도 있지만, 그것보다 훨씬 많은 경우, 파괴한다기 보다는 보완해주는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하게 된다. 물론 그것은 개발자와 QA 모두 자사 콘텐츠의 '안정성'과 '고품질화'라는 공통된 이상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한편 '파괴'라고 느껴진다는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 것 같다.

 

파괴라고 느끼는 QA는 주로 일정이 픽스된 상태에서 발생한다. 개발자의 경우 안그래도 바쁜 일정 속, QA가 중간에 개입하면서 이미 처리한 작업을 오류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돌려보내니 그렇게 느낄만도. 일정에 쫓기게 된다면 당장 고품질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눈 앞의 쌓인 일을 쳐내는게 우선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 고객사 대비 개발자가 별로 없고 또 너무 바쁘기 때문에 보완이라고 생각해주기는 힘들듯.


개발자와 사이가 정말 안좋나요?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체로 사이가 좋은 편이다. 반면 주변의 다른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한 마디로 case by case다. 개발자가 로보트가 아니고서야 다들 감정이 있는 사람들일텐데, 단지 상반된 업무라고 하여 사이가 안좋을리가 있는가. 단, 몇몇 개발자는 평소 같이 식사하고 웃고 떠들고 하다가도 업무에 있어서 만큼은 정말 칼같아지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서로 업무하면서 최대한 인지하고 배려하는 편이다. 

 

가끔 독불장군 느낌의 개발자분들도 몇몇 있는데, 이 분들과 작업하기 위해서는 정말 설득의 기술도 어느정도 필요..

 

마치면서...

QA는 정말 중요하다. 제공중인 컨텐츠의 고품질화를 이루기위해서는 QA/QC활동은 필수적이다. 내가 QA라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라 업무를 해보니까 정말 그렇다. 이런 얘기를 내가 하긴 그렇지만 QA가 개입하면서 오류를 잡고, 수정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분명 제품은 고품질화된다. 결국 고객들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기도 한데, 사실 이런 점 때문에 나름대로의 감명을 받으면서 일하는 점도 있다. 개발자분들의 그런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서도, 오류는 꼭 잡고 갔으면 좋겠다. 

 

졸리다. 자야지.... 소프트웨어 QA로 산다는거 정말 만만치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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