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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도 없고 비교적 좀 긴 글이 될 것 같다. QA로 일하면서 이 길이 맞나? 싶을 때는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걸 좋아한다. 굳이 읽으라고 권유하지도 않는 포스팅이지만, QA의 길을 밟고 있거나 향후 밟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당시 나는 취업만 하면 인생 절반은 성공한 줄 알았다. 우습게도.. 근데 이게 뭐람? 이제부터 지옥길 시작이더라..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더 비극이라는 말이 딱이야,,

2016년 넥슨네트웍스에 입사하여 2018년 퇴사, 현재 재직중인 증권 솔루션 업체에 취업해, 올해까지 햇수로는 총 6년여가 지났다. 물론 그 중 1년은 다른 업종에 발도 들여놓으며 방황하기도 했지만. 결국 돌고 돌아 시작과 끝은 QA더라. 진짜 웃긴게, 게임회사 그만두면서 '다시는 QA하나 봐라..' 하면서 나왔는데, 다시 QA를 하고 있달까,, 하 지겹다..

 


사실 게임 외에도 여러가지 일을 하긴 하지만,,

곱씹어보면 참 어렸었다. 게임QA로 입사하면 하루종일 게임만 할 수 있다는 말에, 준비중이던 금융권 채용을 때려치우고 당장 넥슨네트웍스라는 넥슨도 아닌 넥슨의 자회사에 불나방처럼 네임벨류만 보고 지원했었으니 말이다. 경제학과를 졸업했음에도 당시 모회사와 자회사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지 않아 넥슨과 넥슨네트웍스는 같은 회산줄 알았다는..

 

일주일 정도 빡세게 면접 준비했고, 면접 때 막히는 질문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술술 대답했고 그 결과 운 좋게 단 번에 합격했고 정말 그렇게 몇 년내내 게임만 하다 퇴사했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ㅎ.. '게임'만 하긴 하는데, 그게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이 아니라, 원하지도 않는 게임 야근까지 해가면서 매일 하려니 정말,,,


 

사람 개취급하던 그 파이프 회사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종이 던지기는 기본, 본인 차량 주유해오라고 시키질 않나, 잡심부름 시키고, 야근 강요에 일찍 출근하라고 하고, 소리 지르고.. 홧김에 네이트온 퇴사고백

이후 경기 광명에 있는 스텐레스파이프 회사의 영업관리팀, 빡센 업무환경에 세달을 못버티고 퇴사한 후, 충북 음성소재의 화장품 업체에 취직, 이 마저도 두 달을 못버티고 야반도주하여, 내내 표류하다가 지금의 몸 담고 있는 증권 솔루션 업체에 취업하였다. 한 번 사무직으로 발 들여놓은 사람은 직무 변경하기가 참 힘든 것 같다는 생각도 이 때 하였다. 앉아서 기계처럼 일 할 때는 목수, 광부, 어부처럼 활동적인 일하고 싶지만, 또 막상 해보면 나는 못하겠더라,,

 

이 포스팅을 누가 볼지도 모르겠고 혹은 게임회사에 입사지원한 지원자가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게임QA가 하는 일, 업무 방법 등은 이전에 포스팅한 QA글에서 찾길 바란다. 이번 포스팅은 정말 근무하면서 느낀 이 업종의 비전에 대해 넋두리해보려고 한다. 혹자는 한창 바쁘고 배워야 할 5년차가 무슨 그런 소리를 하느냐? 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뭐 그건 사람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나름대로 이 회사에 와 QA팀을 혼자 이끌어나가면서 겪은 것도 많고, 당한(?) 것도 많아서.


일단 현재까지의 추세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해볼텐데, 이 추세는 내가 이렇다. 라고 정한게 아니라 각종 QA커뮤니티나 현업에서 주로 보이는 프로세스다. QA 직무를 포기하지 않는한 다들 이직하는게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QA에 대한 문제나 넋두리는 SW 테스터들의 모임 카페를 주로 애용하는 편이다.

1. QA로 시작하여 경험을 쌓아 TL(테스트 리더)가 된다. 테스트 리더 이후, 하나의 팀장을 역임하면서 아래 많은 TE(테스트 엔지니어)가 된다. TL 역할을 받은 이후부터는 테스트에 직접 참여하다기보단 관리와 감독, 유관부서와의 스케쥴 관리 등에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1번의 경우, QA로 시작하여 QA로 끝나는 어떻게 보면 전통스러운 QA 진화방식이다. 전형적인 관리자 직책을 부여받아, 소위 말하는 팀장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보통 업계마다 다르지만 통상 15-20년? (애초에 15-20년 이라고 하지만, QC가 아닌 QA가 국내에 체계적으로 뿌리 내리기 시작한게 20년이 채 안된다고 하니..)

 

QA와 기획의 간극에서 늘 고민하는 우리,,

2. 마찬가지로 QA로 입사한다. QA의 경우 누구보다도 해당 테스트물에 대해 빠삭하게 외우고 있어야 한다. 오류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 QA의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소위 말해 '잘 모르겠는데요.' , '~~그럴걸요?', '인 것 같아요.'와 같은 대답은 절대 나오면 안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따라서 많은 시간을 쏟아 테스트물에 대해 연구하다보면 기획적인 측면에서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즉, 많은 QA들은 경력을 쌓고 기획이나 PM으로 편향한다는 점이다. 기획의 경우 사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통상 QA보다는 연봉이 더 높은 편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일이 더 재밌다. QA의 경우 반복되는 업무가 주로지만, 기획은 새로운 컨텐츠를 찾아야 하기 떄문이다. 


그리고 보통 5~7년차가 되면 1번의 길을 걸을지, 2번의 길을 걸을지 생각하게 된다. 물론 그 중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면 말이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메이플 무슨 캐릭터가 30레벨 되어서 표창도적할건지지 단검도적할건지 선택하는 것 같은데, 뭐 각각의 매력은 명확하게 있는 편이다. 하지만 깨달아야한다. 반복되는 업무가 주업무인 QA를 5년에서 7년 이상 해냈다는 끈기를 볼 때, 이 사람은 사실 뭘 해도 잘 해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혹은 정말 베짱이거나,,

 

실제로 게임회사에 재직할 때 많은 선배 QA분들이 이직을 하셨다. 아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게임회사에서 이직하면 거의 게임회사로 이직하기 때문에 그 소식이 들릴 수 밖에 없다. QA에서 관련 직종으로 이직했다면 비개발직군에서는 뻔하다. 운영, 아니면 기획, 아니면 이어서 QA, 그리고 정말 가끔가다 사업 정도?

 


이야기가 잠깐 옆으로 새었는데, QA가 비전있는 직종인가? 라는 본연의 물음에 내 대답은 사실 아직도 좀 비관적이다. 비관적이라기보다 막 그렇게 밝은 미래가 보이지는 않는다고 해야할까? 행여 보이더라도 십수년은 더 걸릴듯한 느낌? 안해보고 그런 소릴 하는게 아니라, 해보니까 더 잘 보인다고 해야할까. 아마 대부분의 회사가 그럴 것이다.

 

무엇보다 집단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집단은 QA의 활약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이건 QA가 하는 일의 특성과도 관련 있는데, 사업팀의 경우 '매출', 기획의 경우 '고객 유입수, 클릭 수' 등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지표 혹은 퍼포먼스가 있지만, QA의 경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최고의 업적을 세운 것이다. 즉, 업적 자체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게 참 역설적이게도 QA의 성과를 발목잡는 주원인이기도 하다. 이러다보니 잘 알아주지도 않거든.

 

막말로 사업팀의 경우 '우리회사 이번 매출 3억원을 달성했다!' , 기획팀의 경우 '신규 유저 유입수가 3만명이 늘었다', 라고 보여줄 수 있지만 QA팀의 경우 '이번 달 사고 한 번도 나지 않았다.' 라고 성과를 말하기 힘들자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지사 '발생하지 않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발생했다고 하면, 어떤 문책이 떨어질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참고로 2017년도 자료다. QA직종 중 미국의 경우 연봉 8600만원, 가장 적은 우크라이나의 경우 3천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미국도 저정도인데, 한국의 경우 뭐 추가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참고로 아직도 많은 구직사이트에서는 QA구직자의 연봉을 2400-600 정도로 책정하고 있다. 사실상 최저 시급이 8천원 후반임을 감안하면 최저시급으로 고용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처우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차이가 난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QA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달라지고 전문교육 업체도 생기고 많은 대기업에서도 필수 인력으로 분류하여 안정석 확보에- 이런 얘기가 보이지만, 우리가 본능적으로 와닿는 연봉을 생각해보면 된다. 지금은 정말 처우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QA의 처우 자체는 정말 낮은 편이다. 사람인에 QA 검색만 하더라도, QA들의 초봉과 처우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IT 직군에 따른 연봉: 팀장급에 해당하는 테스트리더(TL)을 제외하곤 미드QA(중견급)와 초급QA는 비교적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좀 된 자료이긴한데,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연봉이 당연히 비전과 귀결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어느정도 먹고 살아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듯이, 비전이라는 더 큰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데 있어 연봉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에서 시쳇말로 돈 벌려면 우리회사를 다니면 안되고, QA를 해서도 안된다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금전적인 처우와는 정말 먼 직군이라는 점이다. 본 포스팅을 읽는 사람들 중 돈에 지대한 영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QA 입사는 절대 비추천하는 부분이다.


QA는 참 신기한 직종이긴 하다.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앞의 아무나는 자격을 의미하지만, 후자의 아무나는 능력을 뜻한다. 누구보다도 높은 집중력과 열정을 요구한다. 이 '아무나'의 뜻을 혼동하여 발을 들였다가, 멘탈만 호되게 털리고 몇 달만에 그만둔 신입을 여럿 보았다. 해봐서 알겠지만 그만큼 반복된 업무는 정신적으로 사람을 피폐하게 하고, 심각하게는 본인이 로봇이 된 것 마냥 무감각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두서 없이 이래저래 느낀 점을 적어봤는데 결과적으로 현실에서 느낀 QA의 비전은 조금 밝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어둡다. QA만 전문적으로 하는 아웃소싱 업체도 생겼고,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QA의 중요성도 확대되었고, 일반인들에게 QA라는 이름도 비교적 널리 알려졌지만, 아직도 달려나가야 할 길이 많다. 아직도 QA라고 하면 '아 그 버그 잡는 팀?' 정도로 알려져있는 경우가 많다. 버그를 잡기도 하지만, QA는 안정성은 물론이거니와 더 나아가서는 '제품의 고품질화'와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팀이라는 점을 명심해주었으면 한다.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어떤 컨텐츠든, 안정성 확보가 제일 우선시되는데, 그걸 맡기는 QA라는 팀은 그렇게 위험과 부담이 따르는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게 말이다. 혹 주변에 QA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오늘 하루쯤은 어깨를 두들겨주길.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어둡겠지만, 언젠가 밝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고 또 다른 QA직군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다. 기획이나 타 직군으로 빠지지 않는 이상 QA의 미래는 당분간 어둡겠지만, 그래도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이거밖에 할 게 없다. 

 

오늘도 가슴 속 한 켠에 사직서를 품고 사는 나,, 


[마치며...]

 - 비교적 암울한 얘기였습니다만, QA도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일은 따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이 어디겠습니까? 막상 하다보면 본인과 케미가 잘 맞아 괜찮은 직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업(業)에 들어와있는 사람으로써 앞으로 QA에 발을 들이여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물귀신마냥 '나만 X같을 순 없지!' 가 아니라, 정말 대단한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겁니다. 다 돈 벌어먹자고 하는 짓인데, 못할 것도 없습니다. 저도 그랬고 저보다 더 연차가 많으신 분들도 잘 하고 있습니다. QA에 대한 궁금증은 언제나 본 포스팅의 댓글(비밀댓글도 좋습니다만,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공개댓글로 적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기능을 통해 질문해주세요. 아는 선에서 최대한 친절하게 답변드리겠으나, 특정 기업의 연봉에 대한 불편한 질문은 삼가해주시기를 또한 부탁드립니다.

 

- 회사마다 'QA'가 아닌 'QC'를 사용하는 곳도 있어서  QA/QC로 제목을 정했습니다. 본디 실체가 있는(제약, 기계 등) 테스트는 QC, 실체가 없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테스트는 대부분 QA라고 합니다. 우리회사는 왜 아직도 QC라고 할까,, 

 

- 다른 직군과 QC 연봉을 비교하는 자료는 구글 등에서 허락 받고 가져왔습니다. 혹은 외국의 뉴스자료라 허가를 받을 수 조차 없었습니다. 그래도 QC라고 무조건 연봉이 더 적은건 아닙니다. 중소기업 개발자보다 삼성전자 QC/QA가 아마 두 세배는 더 받을 수 있을테니까요. 여러분, 대기업을 가세요 대기업..!! 물론 저도 데려가주시면 좋습니다. 

 

- 체크리스트 작성 법등, 기본적인 입문 과정은 본 포스팅에 QA 카테고리에서 찾아보시면 어떤 방식으로 적어야하는지 나름 친절하게 작성해두었습니다. 사실 체크리스트만 잘 적을 줄 알아도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니까요,,

 

- QA면접 시, 현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질문 중 하나는 'QA가 뭐하는 일인지 아세요?' 입니다. 대부분 아는 선에서 대답한들 버그를 고치는 것' 이라고 하는데요. 그건 절대 올바르지 못한 대답입니다. 굳이 대답한다면 '버그를 수정할 뿐 아니라, 안정성을 제고하여 자사의 콘텐츠를 고품질화 하는 것. 그 밖에도 피드백을 받아 반영하는 것, 일정관리, 등등' 정말 QA의 업무는 주업무부터 부수업무까지 엄청나게 많답니다. 해당 내용도 인터넷을 통해 꼼꼼히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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