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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전에 이런 이메일이 회신된다.

 

(이전 내용에 이어서) 아마 10월달쯤 입사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신입사원으로 입사했기 때문에 2달인지, 3달인지의 수습기간이 적용. 입사를 하고 나서 알았는데 공채를 모두 신입사원으로 뽑은건 아니더라. 나 같이 아예 쌩-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사람도 있는 반면, 기존 인턴생활을 하고 있던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인턴과 신입사원의 비율이 3:7 정도 였던듯.

 

신입사원 교육을 받는 2층 교육장에는 과자가 항상 수북히 쌓여있어서 교육받는 내내 과자를 엄청 먹었다. 역시 대기업(자회사)이 좋긴 좋더라. 분명 첫출근 안내사항에 정장입지 말고 최대한 편한 옷으로 출근하라고 안내해주었음에도 정장을 입고 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27살이었는데 남자 중에서는 나이가 비교적 조금 있는 편이었다. 근데 웬만하면 거의 다 또래였던듯.


제일 나이 많은 형은 30살 정도였던 것 같다. 여자는 바로 대학졸업하고 나서 오신 분도 있어서 나이차가 꽤 많이 났다. 물론 나랑 동갑이신 분들도 꽤 있었지. 성비는 4:6 정도로 여자가 조금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여성분들은 운영쪽을 지원하신 분들이 조금 더 많았다. 남자분들은 운영 반, QA 반 정도였던듯

 

서먹서먹한 분위기 속에 다들 시체처럼 멀뚱멀뚱 앉아있었는데 인사과 분들이 오셔서 짧은 소개와 함께 향후 일정을 안내해주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기간을 NCT? 라고 하며 약 4~5주 정도 따로 교육을 받게 된다고 했다. 솔직히 속으로는 내심 개꿀이라고 생각했지ㅋ 출근해서 교육만 받을 뿐인데 월급도 받고 말이다.


이후 5~6명씩 조를 나누어 앉았는데 앞으로의 교육기간 동안 함께 할 동기들이라고 한다. 연령대도 비슷비슷해서 나중에는 이 동기들끼리 정말 친해지게 되었다. 지금은 안타깝게 연락이 거의 다 끊겼지만 가끔씩 그 친구들은 뭐하면서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충격적인건 NCT의 커리큘럼이었다. 지겨운 수업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넥슨의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면서 특정 목표를 완수해내는, 게임용어로 말하면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월요일은 서든어택 라이플소총으로 무공훈장 3단계 따기, 화요일은 메이플스토리2 레벨50 달성하기, 수요일은 마비노기 영웅전 레벨 25달성하기와 같은 것들이었다.(물론 모바일도 포함)

 

나는 워낙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출근해서 몇 시간만에 퀘스트(?)를 깨고 나머지 시간에 쉬엄쉬엄 다른 동기들을 도와주거나 게임 내 다른 컨텐츠를 하곤 했다. 간혹 여자 동기들은 서든어택과 같은 특정 게임들을 하지 못했다. 할 때마다 멀미가 난다고 했나? 아무튼... 그렇게 NCT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나서 각자의 팀으로 배치를 받게 되었다. 이전 편 포스팅에도 작성했지만 나야 워낙 넥슨 게임 중 큐플레이를 좋아했기 때문에 QA 중에서도 캐쥬얼게임팀을 희망했는데(실제 교육 마지막주차에 희망하는 부서를 적는 시간이 있음)진짜 뜬금없는 피파온라인팀으로 배치를 받았다. 그리고 이는 내가 나중에 그만두게 되는 결정적인 사유가 되기도 하고.


그렇게 정들었던 동기, 아니 이제는 친구들과 생이별을 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배님들이 계시는 곳으로 각자 흩어졌다. 스포츠게임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내가 가고 싶은 팀을 못가서 내심 아쉬웠지만, 막상 새 팀에 가니 좋은 분들이 참 반갑게 맞아주었다. 당시 피파온라인3은 야근이 많기로 정말 유명한 팀이었는데 아무래도 자사 게임이 아닌 타사의 게임을 퍼블리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무하면서 타 팀에 비해 강도높은 야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집이 의정부라, 팀원 분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참 좋았는데 그것도 나중에 되니까 눈치 보이더라.

 

아무튼 그렇게 팀에 배치되면 약 2? 정도의 수습기간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일도 그렇게 못하지만 않으면 보통 정규직이 된다. 내가 다닐 때는 수습기간에 통상임금의 90%만 지급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토록 바라던 정규직이 됐다. 신입사원 교육도 끝나고 이제 팀도 생겼다. 집에서의 출, 퇴근길은 멀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익숙해지니 다닐만해졌다. 그럼 내 앞에 핑크빛 길만 남은건가? 그런건가?


 

스포츠게임팀에 소속됐지만 이전부터 피파온라인이라는 게임을 좋아했고 또 나름 즐기는 유저였기 때문에 게임의 콘텐츠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게임이라는 장르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첫날 싱글벙글 웃으며 출근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렸하다. 하지만 막상 평소 좋아하던 게임을 업무로 대하려고 하니 즐거움은 곧 악몽으로 변했다. QA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자사 콘텐츠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타 직군(개발, PM 등)도 물론 콘텐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하겠지만, QA의 경우 오류를 파악해야하는 직무의 중요성 때문에 더욱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런 특징은 나중에 QA가 기획팀으로 직무 변경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하고.

 

한마디로 이전에는 게임을 즐겼다. 라고 하면 이젠 게임을 학습한다. 라는 말이 된 것이다. 모르는 부분은 꼼꼼이 찾아가며 숙지하고 기획 의도인지 아닌지 판단하며 콘텐츠를 학습해야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팀에 소속된 다음부터 2주동안은 팀장님이 내려주시는 간단한 과제 몇 개를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게임만 했던 것 같다. 아무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도 업무적으로 하루 8시간 이상을 하루종일 같은 게임만 하면 질릴까, 질리지 않을까? 한 번 상상해보길 바란다. 본인의 경우 아주 지옥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졸 수 있다는 말을 그때 처음 듣고 경험했으니까.


회사는 정말 좋았다. 지금은 중식이 무료라고 들었는데, 본인이 재직할 때에도 상당히 저렴한 가격(3,500원)에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석식의 경우도 3,500원이었는데 아마 21시까지 야근을 하면 석식대를 지급했었던 것으로 기억. 밥도 맛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동기들끼리 시쳇말로 이런 얘길 했던 것으로 기억. "넥슨코리아와 넥슨네트웍스의 처우는 완전 다른 회사급인데, 유일하게 같은 밥 먹는게 똑같네?' 후일에 들은 얘기지만 이 마저도 사실은 틀린 얘기다. 넥슨코리아의 경우 A, B 두 가지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해 먹을 수 있지만 넥슨네트웍스의 경우 단품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  점심시간은 아마 모두 한 시간으로 기억한다.

 

회식은 주로 점심에 행해졌다. 점심에 영화도 보러가고,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근사한 식사도 하러간다. 판교 테크노벨리는 사실 회사 몇 개를 제외하면 뭐 별거 없기 때문에 차를 타거나 걸어서 판교 현대백화점으로 자주 갔던 것 같다. 보통 회식 신청을 하면 1시간 이상 점심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편하게 즐기다 올 수 있다.


좋은 점만 적어두었는데, 사실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판교역에서 출근하는 경우 셔틀버스를 타야하는데, 이 버스는 넥슨계열사들이 모두 이용하는 버스이기 때문에 러시아워에는 한 번에 탑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까지 걸어가기엔 다소 좀 먼 느낌이 없지 않아 있고. 판교역에 하차한 경우를 들어 말하자면 09:45분쯤은 지각 타임이다. 한 마디로 판교역에서도 거리가 어느정도 떨어져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출근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말.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출근시간 판교 근처의 교통상황은 좋지 못하기 때문에 또 그렇게 추천하는 출근방법은 아니다. 물론 퇴근도 마찬가지. 퇴근셔틀버스 한 번에 타려면 퇴근 시간에 맞춰 바로 나와야되는데 그 마저도 쉽지 않다. 

 

내가 일했던 당시 기준으로 사람들은 아주 착하고 친절했다. 프로젝트별로 상황이 다르긴 한데,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경우 야근이 엄청 찾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센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그렇게 모질게 굴지 않았던 편. 타 프로젝트의 경우 업무 강도가 낮고 비중 없는 프로젝트의 경우 팀장이나 윗사람들이 다소 예민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남자들 군대 전방으로 가면 선임들의 갈굼 강도가 약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QA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가 오류를 찾는 사람. 정도일 것이다. 내가 면접볼 때도 그 질문을 받았고. 면접관이나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마다 원하는 대답이 다를 수 있겠지만 '오류를 찾는 것'은 정말 근시안적인 대답이다. QA의 장기적인 목표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QA 존재 이유는 "서비스 안정성"과 "서비스 고품질화"이다. 실제 업무 중에서도 고품질화를 위한 작업을 많이 한다. 그게 작게는 오류나 버그를 줄이는 것도 있을 수 있겠고, 유저(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ad-hoc 테스트의 입장일수도 있다. 물론 이 업무에는 기획적인 부분도 상당히 포함되는데, 이 역시 나중에 QA가 기획으로 이직을 많이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고객입장에서 생각하는게 테스터 입장에서는 제일이긴 하지.

 

요약하면 테스트를 하는 사람은 테스터다. 테스터는 아르바이트생을 써도 되는 단순한 업무이다. 하지만 QA는 테스터와는 다르다. 테스터보다 많은 업무를 해야하는데, 그 중에는 서비스 안정성과 고품질화, 일정관리,  등 정말 정립하기 나름인 다양한 업무들이 포함된다. 따라서 면접 시나 평상시에 QA가 하는 일을 단순히 '테스트' 라고 대답하는건 근시안적인 답변이다. 물론 귀찮을 때는 그냥 테스트하고 버그 찾는거라고 하는게 최고 편하긴 하다.


ISTQB공부를 한 사람은 알겠지만, 이런 테스트 원리를 배운다. "100% 완벽한 테스트는 없다." 그리고 실제 업무를 해보면 알겠지만 정말 100% 완벽한 테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테스트를 하고 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건 테스터가 완벽하다기보단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정도로 해석하는게 좋다. 따라서 QA팀의 고질적인 책임 중 하나는 오류나 버그 발생 시, 모든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는 점이다. 뭐 그게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실제 테스트 중 운영에 반영되었는데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여 롤백(Roll-back)을 한 적이 있다. 그냥 이전상태로 돌려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게임사의 경우 이전에 접속했던 사람들에 대한 시간적 보상 및 정신적 보상을 모두 뱉어내야하고, 그동안 개발했던 일정이 뒤로 후퇴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롤백의 기회비용은 아주 큰 편이다. 따라서 롤백은 정말 하지 않으려고 하는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아이템 및 계정 회수가 불가능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해야한다.

 

주말 이벤트와 관련된 버그이기 때문에 출근도 하고 최대한 타격을 덜 입도록 나도, 팀도 노력했지만 결국 엄청난 손해비용이 발생하고 말았다. 테스트 시, 정말 꼼꼼히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시간에 나타나는 오류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하고 말았다. 우리팀도 나름 억울한 입장이었지만, 회사에 그런 말을 해봤자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넥슨코리아(EA스포츠)의 게임을 하청 맡긴 곳이 넥슨네트웍스인데, 여기서 중대한 실수를 해버리니, 넥슨코리아에서도 넥슨네트웍스의 피파온라인 팀을 좋게 보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보통 이런 경우 시말서를 쓰거나 특정 문서를 쓰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자숙명령이 떨어진다. 이럴 때는 정말 쥐죽은 듯 조용히 살아야한다. 가령 쉬는 시간에 타사게임을 한다든지, 시끄럽게 떠든다든지, 경망스럽게 행동한다든지, 이런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본인의 경우 30분 일찍 출근하고 30분 늦게 퇴근했던 기억이 난다.

 

넥슨네트웍스 뿐 아니라 모든 QA와 오류는 정말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다. 앞서 말했다시피 완벽한 테스트는 없기에 어디에서든지, 어떤식으로든지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QA팀은 그 책임을 전부 져야하기 때문이다. 오류가 계속 발생하여 일정이 지체되거나 질책을 받으면 이 점은 곧 내가 회사에 존재해야하는 이유와 직결되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도, 직업에 대한 자부심에 금이 굉장히 많이 가기도 한다. 뭐 그건 타 직무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 QA조직은 테스트에 가장 특화되어있는 팀이고, 테스트를 위해  존재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이 점이 굉장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QA(QC) 재밌어요?"인데, 도리어 "재밌겠냐?"라고 반문하고 싶다. 뭐든지 같은 작업을 수 십, 수 백번 한다는건 너무 괴로운 일이다. 하물며 게임도 그런데, 업무는 오죽할까?

 

나는 몇 시간을 들여 테스트를 반복했는데 버그나 오류가 발생하는 순간,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노력했는데..?' 라고 변명아닌 변명 할 수 있겠지만 결국 결론은 '0(발생한다)' 아니면 '1(발생하지 않는다)' 하나로 해석되기 때문. 하여간 전문직이 아니기 때문에 높지 않은 허들로 입문할 수 있는 직무임에도, 그에 따른 책임감은 거의 국선변호사급으로 느껴야하는 직무 중 하나. 


다음 편에 3편을 마지막으로 넥슨네트웍스의 추억을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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