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직장 - 넥슨네트웍스 QA(1)
우선 글을 작성하기 전에 우선, 굳이 'N'사라고 표현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냥 내 이야기를 풀어낼 쓸 뿐인데 말이다. 그래도 만에 하나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포스팅이 회사의 이미지나 예비채용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댓글이든 뭐든 편하신 수단으로 연락 주길 바람. 비공개를 하든, 포스팅 삭제를 하든 조치를 취하도록 할테니. 본 포스팅에 사용된 관련 사진은 전부 과거의 본인 SNS에서 가져온 이미지이므로 참고만 하길.
나는 2015년 하반기 넥슨네트웍스 QA직군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이전 포스팅 말미에 적어놓았듯 넥네에 입사하기 전에 굉장히 조급한 상황이었다. 은행원을 포함한 보험사, 증권사 등 지원하는 금융사마다 모두 서류 광탈로 떨어지고 있었고 새벽마다 계속되는 자소설과 상실감으로 내 심신은 피폐해져갔다. 아침이 오질 않길 바랐다. 취준 기간이 길어질수록 낮에 눈 떠있는 시간이 싫었다. 방문을 걸어잠그고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의 취준생이 그랬겠지.
하루하루 폐인처럼 지내던 중, 사람인에서 -넥슨네트웍스 공채-배너를 발견했다. 돈이 많았는지 채용공고 한 가운데 있어서 특히나 눈에 띄었다. '와... 넥슨에서 일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배너를 클릭했다. 평소 게임을 좋아하고 넥슨 게임을 하면서 성장한 나에게 넥슨에 취업한다는건 정말 영광과도 같았다.1. 대기업 네임벨류에 2.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3. 돈도 벌 수 있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이 세가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환상이 무참히 깨지기 시작하는데..)
당시 게임회사 = 프로그래머 = 프로그램 언어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박혀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채용공고를 봤는데, 생각보다 허들이 낮았다. 필수요건 중 파이썬이니 씨샵이니 하는 프로그램 언어 코딩에 대한 내용은 아예 없었다. 특별한 전문 능력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더 나아가 나도 자기소개서만 잘 쓰면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자소서는 쓰는건 누구보다 자신 있었기 때문에 밤을 꼬박 새어 하루만에 입사지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누우며 잠이 드는 순간까지도 '아, 붙었으면 진짜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던 것 같다.
서류발표가 있던 날 아침부터 홈페이지에서 서류전형 결과 확인 페이지를 몇 번이나 누른지 셀 수조차 없다. 지금 곱씹어 생각해봐도 한 200번은 확인본듯. 오후가 되어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움켜쥐고 모니터를 가린 채 손바닥을 슬금슬금 치우며 확인해봤는데 합격이라고 한다. 내 두 눈을 의심했지만 합격이 맞다. 평소에 겸손을 미덕으로 알고 사는 나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면접보러 가서 떨어질수도 있고 또 그럴 확률이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경쟁자 중에서 내가 그들을 뚫고 최종합격까지 하기엔 난 아직 부족한게 많았다.
서류 합격은 했지만 면접까지 남은 1~2주를 면접만 준비하면서 보낼 수는 없었다. 그 사이 많은 기업의 자소서를 썼다. 지금도 기억나는 유비쿼스,, 키움증권,,이트레이드증권(지금의 이베스트), 웹젠 등.. 그렇게 타기업 준비도 하면서 면접 준비도 하고, 이 때까지만 해도 넥슨이라는 대기업 면접 한 번 경험만 해보자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면접보는 날 판교라는 곳을 처음 가봤다. 심지어 신분당선도 처음 타봤다. 역 앞에 내리니 통유리로 되어있는 고층 건물들이 레고블럭처럼 즐비하게 늘어서있더라. 그 때는 한창 공사중이었는데, 지금은 끝났을려나? 저 멀리에는 NC사옥으로 보이는 뭔가 우주선 비슷한 것도 있었다. 게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하는 생각이겠지만 나도 '리니지하면서 저 건물 벽돌 하나는 내 돈으로 했겠지'라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 토요일이었는데 거리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스산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정말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주말에는 유령도시가 된다더니 정말이구나. 그래도 되면 유령이 아니라, 저승사자 도시더라도 다닐 수 있지.
넥슨네트웍스 사옥에 도착해 동그란 원형 계단을 걸어올라가 내 순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터질 것만 같았다. 말 한 번 해보지 않는 사람들이었지만 워낙 그 압도된 분위기에 쩔어(?) 있어서인지 금새 주눅이 들어버렸다. 아무튼 내 차례가 다가왔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마냥 면접장으로 이동했다. 대표이사님 외 3명 정도의 실장님들이 앉아있었고 지원자도 4~5명이었다. 그냥 일반 다대다 면접이었다. 이런 면접은 많이 봐 본터라 어버버-거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말을 잘했다.(...) 좀 보태 말하자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의 곤지암 폭포수 쏟아지듯 말을 와르르르르- 쏟아냈다. 오히려 큰 기대를 안하고 면접을 보니(학벌도 안좋은데 어차피 떨어지겠지..) 부담이 없어서 그랬을까? 하지만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면접관들의 표정.
집에 왔다. 갈때는 몰랐는데 긴장이 풀리고 보니 회사에서 집(판교에서 의정부)까지 가는 길이 거의 1시간 40~50분 가까이 걸리더라..이거, 합격해도 다닐 수 있을까? 판교는 땅값 비싸다던데.. 하지만 이내 드는 생각 '일단 되면 다행이지...'집에 도착하자마자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고, 생각해봤자 되돌릴 수도 없는 시간, 그냥 푹 자버렸다. 그리고 또 새벽에는 알 수도 없는, 들어본 적도 없는 기업의 자소서를 썼지. 지금 생각해보면 졸업이 늦은 편이라 유사백수(취준생)으로 있던 시간은 1~2달 남짓인데 왜 그렇게 조바심을 가졌을까. 귀여운 구석이 있다 나도.
그렇게 몇 주가 지났을까. 합격했다고 문자가 왔다. 너무 좋았다. 내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꿈의 회사 넥.슨.에 취업하다니 정말 미친거 아닐까?밖에서 합격 메세지를 받았는데, 집에 가서 엄마한테 말해주면 반응은 어떨까? 여자친구 반응은 어떨까?(물론 지금은 살아있는지조차 모름) 출퇴근 거리가 멀던데 잘 다닐 수 있을까? 처음 출근하는 날은 뭘 입고 출근해야할까? 별 잡다한 생각이 다 들더라.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너무 좋아서 히히히 거리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내 합격자들만 받을 수 있는 '입사축하 메일'이 수신되었다. 첫출근날 셔틀버스 시간과 복장, 그리고 필요한 서류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있었다. 아직 건강검진도 해야하고 첫출근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마치 내일 바로 출근하는 사람처럼 마음이 들뜬다. 와,, 내가 취업에 성공하다니,, 그럼 나 이제 누가 직장 물어보면 넥슨 다닌다고 해도 되는건가?! 너무 기쁜 나머지 거의 첫출근하기까지 3주~1달 정도를 개망나니처럼 놀았다.
그래도 행복했지. 왜냐면 난 넥슨에 다닐 예정이니까 ㅋ
첫 출근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다루도록 하겠다..